[앵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이 유명한 속담은 단지 말에 대한 것만이 아닐 겁니다. 말, 즉 소통을 통해서 맺어지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대중문화계, 연예계 또한 거칠어지는 말 때문에 소동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하죠? 오늘은 막말의 사회학, 막말의 심리학에 대해 최영일 문화평론가와 알아보기로 합니다.


Q) 연예인의 막말, 대중이 이해해줄 수 있는 수위를 넘으면 물의를 일으키곤 하는데요. 어떤 사건들이 있었나요?

A)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있죠. 먼저 대표적인 예를 볼까요? 대세 개그맨 김구라 씨의 경우 무명 시절 팟캐스트에서 현대사 관련 막말이 나중에 문제가 돼 방송하차를 했던 바 있었고요, 역시 개그맨인 장동민 씨가 절친 동료인 유세윤, 유상무 씨 등과 함께 옹달샘으로 활동하는 팟캐스트에서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죠. 지금은 유명 방송인이 된 강용석 변호사도 정치인 시절 아나운서를 비하한 막말로 큰 논란이 되었는데 그 이후 오히려 고소왕 캐릭터로 방송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이 막말 논란은 나이도 불문하는 듯 힙합 프로그램에서 위너의 송민호 씨도 여성비하 랩으로 구설에 올랐고, 모 예능 프로 제작발표회장에서 김수미 씨는 조영남 씨에게 막말을 쏟아내고는 일방적으로 방송하차를 결정하는 물의를 빚었습니다.

Q) 다 큰 물의가 있었던 일이라 쉽게 기억이 나는데요, 몇 가지만 추렸는데도 자주 터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았네요. 그런데요, 이런 막말 논란, 도대체 왜 생기는 겁니까?

A) 이걸 쉽게 생각해버리면 방송인으로 언어구사의 자질이 부족한 거 아니냐, 이렇게 비난하고 말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캐릭터와 연결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구라, 장동민, 강용석, 김수미 씨 등은 원래 말이 쎈 캐릭터로 방송에서 인기를 얻은 인물들이라는데 주목해 봐야합니다. 독설, 고소왕, 욕쟁이 할머니, 별명들이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 쎈 말이 인기의 원동력이 됐는데 한계치까지 올라가 아슬아슬한 수위를 달리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팟캐스트라는 방송보다는 자유로운 공간이건 아니면 시청률 압박에 시달리건 악플에 노출돼 신경이 예민해졌건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건 뻥 터져 나오면 아차 하는 순간 사랑받던 캐릭터에서 불시에 막말 논란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더 쎄져야 산다, 는 압박감을 연예인 막말의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Q) 그렇군요. 일상적 스트레스라는 방송환경을 짚어주셨는데 어쩌면 우리는 개인의 인격만 비난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예외 사례도 있겠죠?

A) 네, 방송에서 떠야 한다는 스트레스나 라이벌 의식, 경쟁심리라는 맥락은 비슷하지만 안 해도 될 일이 자기통제를 벗어나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었죠. 일례로 이태임 씨와 예원 씨 간 욕설과 반말에 대한 공방은 동영상이 어떤 이유로 풀리면서 방송 밖 연예인 간 사적 대화가 적나라하게 공개돼버린 사례죠. 처음에는 태임 씨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됐다가 동영상이 유포된 후 예원 씨가 도발한 것 아니냐는 여론으로 흘렀다가 결국엔 둘 다 잘 못했다는 양비론이 되어 둘 다 방송활동에도 지장이 생기고, 해당 프로그램까지 종방 하는 상황이 돼 버리기도 했죠. 이런 물의는 방송환경에 주된 책임을 돌리기에는 대중의 인기가 생명인 만큼 스타 연예인 스스로 자기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타 연예인의 개인적인 이면의 성격이나 관계가 소위 찌라시라는 정보지를 통해 암암리에 유포된다는 점에서 위험한 대목은 많습니다.

Q) 연예인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게 되는 사건의 유형도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막말의 경우 자숙의 수위라든가 방송의 하차나 복귀 등 정해진 법칙이 있을까요?

A) 그렇죠? 만약 범죄에 해당하는 물의라면 법적 처벌이 우선시됩니다. 도박, 마약, 폭행, 사기 등이 이런 경우일 텐데 약하게는 음주운전도 종종 등장하는 문제입니다. 막말의 경우도 상대가 명확하고 통상의 범위를 넘으면 고소고발로 이어져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유포 등의 법적 공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만 막말 물의는 많은 경우 법적 공방 보다 대중들의 윤리적 비판과 비난에 직면하는 현상이 일반적입니다. 막말이 없어지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앞으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제 사견으로 가장 참조가 되어야 할 사건은 김구라 씨의 사례입니다. 김구라 씨가 인기를 얻게 된 캐릭터가 본래 독한 혀, 독설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지상파에서 스타 대열에 오른 뒤 과거 무명시절 인터넷에서 쏟아냈던 말들이 시간이 지나 문제가 된 경우인데요. 아이돌 등 많은 스타 연예인들의 뒷이야기를 디스 했던 앙금들도 풀고 있었지만 정작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하하도 모독했다는 구설은 공분을 막기 어려웠죠. 결국 김구라 씨는 스스로 자숙을 선언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행동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해서 용서를 받았고요, 그 이야기가 전해지자 대중들도 용서와 복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다시 방송으로 돌아와 탑 MC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죠.

Q) 김구라 씨가 보여준 모습이 없었으면 좋았을 막말 물의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만 최근에는 자숙이나 방송하차도 없이 대충 흘러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던데요?

A) 네, 예리하시네요. 장동민 씨와 옹달샘의 경우에도 공식 사과라는 절차는 거쳤습니다만 방송 하차까지 선언하지는 않았고, 다만 무한도전 식스맨 유력후보였던 장동민 씨는 막말 사태와 함께 무한도전 사전 내정설이라는 부담까지 확산되면서 결국 스스로 오디션 마지막 순간에 자진하차하고 말았죠. 하지만 이것을 방송 하차라고 보기에는 한 프로그램의 사례라 무리가 있어 어쩌면 연예인들이 자신의 활동, 수입 등 이익을 포기하는 손해를 감수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대중의 집단감성이 받아들이는 범위의 자숙의 과정은 거치는 것이 더 긴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싶군요. 일부 집요한 안티 팬들은 한 번의 실수를 영원히 낙인찍으려는 경향도 보입니다만 결국 공인처럼 여겨지는 연예인들은 다수 대중의 인식에 의해 수명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죠, 반성의 과정과 진심을 잘 전달하고 본연의 모습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야 제2, 제3의 전성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것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Q) 만약에 대중에게 용서와 이해를 받을 자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요?

A) 연예인 뿐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실수와 시행착오를 할 수 있습니다. 화도 낼 수 있고, 어쩌다 다른 사람이 안 듣는 줄 알고 욕도 할 수 있겠죠. 스스로 뼈아픈 반성의 기간을 거치면서 성숙되면요, 스스로 다시 같은 과오를 반복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대중과 약속을 한 일이거든요. 또 본인 하기에 따라서 여론도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이 생깁니다. 그런데 자숙과 반성이 없으면 혹시 한 번은 밀고 가더라도 두 번째 반복되면 용서의 여지는 없어지겠죠. 무서운 상황을 맞을 수 있고요, 다른 잘못이나 본인 책임이 아닌 불운한 일-작품 관련이 될 수도 있고요-에 휘말렸을 때 더 크고 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김수미 씨 사태는요, 하필 막말 캐릭터인 장동민 씨와 박명수 씨가 얽혀 있고요, 과거의 독설가 김구라 씨는 최근 강용석 사태와 연결되어 있어 각각의 독립된 사건이 얽히고설켜 마치 막말의 흐름이나 계보가 존재하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이런 걸 그때그때 풀어내기 위해 머리 숙이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것,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Q) 그렇군요.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A) 네, 고맙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케이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