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가수 데뷔 후 코러스로 전향해 그 길만 30년을 걸었다. 그간 화음을 얹은 노래만 무려 3만여 곡이다. K팝부터 트로트, 소녀부터 흑인까지 장르와 콘셉트를 넘나들며 코러스계 대모가 됐다. 이제는 ‘국민 코러스’라 불리는 가수 김현아의 이야기다. 최근 자신의 곡을 발표한 김현아를 만나 ‘국민 가수’만큼이나 값진 코러스 인생사를 들어봤다. 

‘국민 코러스’, ‘코러스 대모’, ‘코러스계 전설’. 모두 김현아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무대 뒤에서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다가 어느새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됐다. 보기만 해도 자랑스러운 이 표현들에 대해 김현아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저에게 큰 영광이고 기쁨이죠. 음악계 측근들은 ‘전 국민이 다 들어봤을 목소리’라며 추켜세워 주십니다. 그저 의뢰한 곡 작업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국민 코러스’라는 애칭이 생기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현아는 1989년 여행스케치 1기 멤버로 데뷔했다. 이때 같은 소속사(서울음반) 가수들의 앨범에 우정 코러스로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코러스계에 발을 들였다. 세션비를 받고 전문 코러스로 녹음한 첫 곡은 015B의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데뷔 직후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코러스 일은 곧 생업이 됐다. 너무 빨리 막을 내리게 된 가수 생활이 아쉽진 않았을까. 그는 당시를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기”라고 표현하며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상황까지 가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하고, 나름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쿨하게 회상했다.


 

오랜 시간 코러스 가수로 활동했지만, 가수에 대한 꿈도 여전하다. 김현아는 7월 5일 20년 만의 신곡 ‘피카소의 꿈’을 발표했다. ‘피카소의 꿈’은 강원석 시인의 시에 작곡가팀 ‘알고보니혼수상태’가 멜로디를 붙이고 김현아의 목소리를 입혀 완성된 곡이다. 그는 “오랜만에 낸 곡인데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서 얼떨떨하다. 기교를 부리기보다 진심을 담는 것에 집중했다. 제 마음이 듣는 이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엔 신곡 녹음에 대한 설렘보다 부담감이 더 컸다고 한다. 김현아는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강원석 시인의 시에 담긴 의미가 좋았다”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내용이었고, ‘알고보니혼수상태’가 제안하기를 ‘가치로 남는 음악, 치유가 되는 음악을 남겨보자’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긴 세월 남의 노래에 ‘참여’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부르는 ‘내 노래’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김현아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OST 음원까지 따지면 ‘내 노래’도 많았고, 코러스 녹음은 음반 작업 중 거의 마지막 단계로 없던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은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작업이다. 새로운 곡을 작업할 때의 설렘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답하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노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유진 기자 jjin@ihq.co.kr [사진제공=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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