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빅히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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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타뉴스 조은빈 기자]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수많은 스타들이 이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아시아계 혐오 범죄…1년 새 73% 증가

미국에서 일어나는 아시아계 혐오범죄는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병된 뒤 급증했다. 연방수사국(FBI)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고된 아시아계 혐오범죄는 2019년 161건이었으나 2020년 279건으로 73% 늘어났다. 

아시아와 태평양계에 대한 혐오 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모두 1만 905건에 이른다. 

▶'아시아계 혐오 범죄 근절' 위해 목소리 내는 글로벌 스타들  '#StopAsianHate'

아시아계 혐오 범죄 근절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백악관에서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발생한 많은 증오 범죄에 놀랐다"며 "이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아시아계 증오 범죄 및 차별에 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방탄소년단이 목소리를 높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희생자 8명이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참사 이후 미국 사회에서 반아시아계 혐오범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며 ‘#StopAsianHate’(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를 멈춰라), ‘#StopAAPIHate’(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해시태그를 달고 아시아계 차별과 혐오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CNN 인터뷰 영상 캡처
사진=CNN 인터뷰 영상 캡처

애틀랜타 출신 한국계 가수 에릭 남은 지난해 3월 미국 타임지에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안 혐오범죄에 놀랐다면, 당신이 듣지 않았던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지난 12개월 동안 아시아·태평양계(APPI)에 대한 공격이 급증한 동안 우리 공동체의 도움 요청과 경고는 무시돼왔다”고 밝혔다. 또 “살인 사건의 일부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일어났다. 충격과 슬픔, 좌절,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같은 달 진행된 CNN 인터뷰에서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을 겪어왔다며 “(애틀란타 총격 사건 이전) 많은 경고의 신호가 있었지만 무시 당했다. 이렇게 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ABC 드라마 로스트에서 김윤진과 함께 출연했던 한국계 미국 배우 대니얼 대 킴은 애틀랜타 총격사건 용의자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도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 당신의 침묵은 공모"라고 일침 했다. 또 같은 해 3월 CNN '쿠오모 프라임'에 출연해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인종과 이번 범죄가 연관성이 없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이 사건이 명백히 혐오 범죄임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 연방 하원에서 열린 아시아계 혐오 범죄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 몇 달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는 일은 우리(아시아계)가 중요한 사람들인지 아닌지, 우리가 보금자리로 부르는 국가 미국이 우리를 묵살할 것인지 존중할 것인지 후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영화 '미나리'(2021)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도 같은 해 3월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안 증오범죄를 비판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공유하며 뜻을 같이했다. 

비아시아계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에 뜻을 더했다. 아리아나 그란데, 엘리엇 페이지, 리한나, 조이 크라비치, 카일리 제너, 켄달 제너, 킴 카다시안, 제이크 질렌할, 두아 리파, 지지 하디드, 마이클 B 조던 등이 SNS를 통해 '#STOPASIANHATE' 운동에 동참했다. 

▶ 대중 문화인의 파급력, 팬들의 결집력과 파워에 비례 
      K팝이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침묵 깨야  

스타들의 언행은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곤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채지영 연구위원은 "대중문화인들이 갖고 있는 파급효과는 일반 대중들보다 훨씬 크다"며 "그 파급력은 팬들의 결집력과 파워에 비례한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도 많기 때문에 영향력이 그만큼 클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번 방탄소년단의 백악관 방문과 아시아계 혐오 범죄 논의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 부대변인 캐린 장-피에르(Karine Jean-Pierre)는 “많은 이들이 BTS를 그저 그래미 후보에 오른 국제적 아이콘으로만 볼 지 모르지만, 그들은 청년들의 엠베서더로서 존중과 긍정을 도모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탄소년단과의 면담에서 “선한 사람이 증오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증오는 점차 줄어든다”며 “사람들은 당신(BTS)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모든 이들에게 선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다만 인종차별 문제를 포함해 여러 정치적 문제에 침묵하는 K팝 스타들도 여전히 많다. 지난해 #StopAsianHate 캠페인에 참여한K팝 스타들 대다수는 에릭 남, 박재범, 타이거JK, 타블로 등 교포 출신이거나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스타들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소장은 지난 4월 "K팝 스타들이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라는 제목의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공동 기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 성소수자 인권,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의제에 미국의 유명인사들은 솔직하게 발언하는데 비해 한국 아이돌들은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한다”며 “BTS와 같은 톱스타만이 의견을 말할 여유가 있고 그 조차 드문 일이다. 패션 아이템으로 조용히 지지를 표하거나 대기오염, 동물권 등 비교적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제를 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K팝이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침묵을 깨야 한다”며 “K팝은 이제 인권운동을 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왔다. 이를 활용하는 일이 K팝이 더 존경받고 글로벌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타들의 말 한마디는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더 많은 스타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케이스타뉴스 조은빈 기자 echo0405@ih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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