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TARNEWS 김유진 기자] Mnet ‘쇼미더머니’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래퍼를 꼽으라면 래퍼 원썬을 빼놓을 수 없다. 원썬은 90년대 국내 힙합 태동기를 함께한 1세대 래퍼로 ‘쇼미더머니’ 시즌 5에 출연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이른 탈락으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당시 그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등의 멘트가 각종 드립으로 활용되면서 뜻하지 않은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그는 가장 잘나가는 리뷰어이자 유튜브 기획자로 두 번째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원썬 Sakkiz’는 곧 10만 구독자를 앞두고 있다. ‘쇼미더머니’ 시즌10 관련 촌철살인 리뷰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조회수 ‘떡상’을 이뤄낸 것. 현재는 ‘쇼미더머니’ 제작사와 손잡고 유튜브 힙합 오디션 콘텐츠 ‘방구석 래퍼’를 준비 중이다. 

“엉뚱한 계기로 이름을 알리게 됐지만, 한 번도 부정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게 벌써 5년 전인데 지금도 새로운 팬들이 생기고, 어린 친구들도 저를 알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것들도 그렇고, 앞으로 준비하는 것들도 그 ‘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원썬은 특유의 긍정 바이브로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끊기자 유튜브를 본격 시작,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을 모아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고, 음원을 내는 과정을 그린 콘텐츠 ‘똥푸는 Sakkiz’를 시도했다.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웹예능이 생각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 조회수가 안 따라주니까 진행이 어렵더라고요. 고민하던 중에 마침 ‘쇼미더머니’ 시즌10이 시작했길래 리뷰 영상을 시작했죠. 처음엔 할 생각도 없었고 이렇게 잘 될 줄도 몰랐어요.”


 

원썬의 직설적인 멘트와 솔직한 평가가 담긴 리뷰 영상은 금세 시청자를 모았다. ‘속시원하다’, ‘공감한다’ 등의 반응이 대다수를 이뤘다. ‘쇼미더머니’ 종영 후에는 출연자들을 섭외해 돗자리 위에서 만담을 나누는 콘텐츠로 인기를 이어갔다. 인생의 선배이자 1세대 래퍼로서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 새로운 모습으로 원썬의 이미지가 재평가되기도 했다.

“저도 어릴 땐 랩스타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지금껏 음악을 놓지 않고 꾸준히 잡았던 거예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싱글도 계속 냈고, 힙합이라는 범주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계속했어요. 리뷰 영상이 잘 된 것도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경험들 덕분에 제가 하는 말들이 저만의 생각이나 취향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관점으로 비춰진 덕분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 ‘힙합 꼰대’ 수식어를 인정할 만큼, 원썬은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해 엄격한 편이다. 그는 요즘 힙합에 대해 “트렌드도 좋고 플렉스도 좋지만, 힙합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스트릿 컬처에 대한 이해와 예의 정도는 갖췄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직접 힙합 콘텐츠 ‘방구석 래퍼’를 기획한 계기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정말 많이 들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힙합에 빠졌으면 자연스럽게 과거로 가게 돼있거든요. 이 음악이 탄생한 과정이 궁금해지니까요. 그렇게 파고들다가 정답을 찾게 돼요. 요새는 자료 찾기도 정말 편한 시대인데, 힙합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룰과 특징을 무시하는 게 저는 좀 불편해요. ‘방구석 래퍼’에서는 아무리 랩을 잘해도 장르적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안 뽑을 생각이에요.”


 

‘쇼미더머니’ 제작사와의 협업으로 고퀄리티 콘텐츠를 예고한 ‘방구석 래퍼’는 내년 상반기 본격 방송 예정이다. 지원자 모집을 시작한 지 2주째에 천여 명이 넘게 지원하면서 예상 밖의 스케일이 기대되고 있다. 원썬이 인정한 몇 안되는 실력파 프로듀서들에 대한 섭외도 논의 중인 상황. 

원썬의 2022년은 ‘방구석 래퍼’와 함께 시작된다. 그는 “아무도 몰라주지만, 묵묵히 자기 소리를 만들어 온 재야의 고수를 발굴하는 게 이번 콘텐츠의 목표”라고 밝히며 새해 소망도 덧붙였다.

“새해에도 특별한 것 없이 ‘방구석 래퍼’랑 내 음악하면서 지낼 것 같아요. (웃음) 굳이 소망을 꼽자면 제가 같이 하고 싶은 프로듀서들이 섭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첫 번째이고요. 더 큰 바람이 있다면 ‘방구석 래퍼’에서 나온 음원으로 빌보드 진입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증명하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지금 저는 좋은 리뷰어지, 좋은 프로듀서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저부터 증명하고 싶어요. 능력 있고 고집 있는 ‘힙합 꼰대’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케이스타뉴스 김유진 기자 jjin@ihq.co.kr [사진=원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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