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과 굿바이 무대가 반복되는 음원 홍수 속, 2년 만에 돌아온 넬이 우직하게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 수록된 10개 트랙을 순서대로 들으면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된다는 정규 9집 'Moments in between'(모멘츠 인 비트윈). 하나부터 열까지 '넬'스러운 앨범을 완성했다.

최근 음원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김종완은 "오래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음악 시장은 싱글 음원이 대세인데, 지금이 아니면 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만족하고 성취감을 얻었을 때 느끼는 보람이 더 클 것 같았다“고 이번 앨범 콘셉트에 도전한 계기를 설명했다.

타이틀곡 선정도 대세보다는 취향을 따랐다. 수록곡 중 ‘유희’와 ‘위로(危路)’를 더블 타이틀로 선택했다. 김종완은 ”부득이했다“고 말하며, ”'유희'는 예전부터 계속해서 추구하고 발전시켜온 사운드의 곡이다. 그런 면에서 여태까지 해온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곡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위로(危路)’에 대해선 ”길이 자체가 6분 30초 정도로 타이틀곡 기준에서는 멀리 떨어진 곡이다“라며 ”최대한 프로그래밍 된 사운드를 배제하고 밴드, 어쿠스틱, 현악기 사운드를 조합해 완성했다. 뚜렷한 기승전결과 서사가 만족스러웠다. 현재 넬의 스펙트럼과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고 멤버들도 다 좋아해서 많은 분들이 들어주길 원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운 결과, 'Moments in between'(모멘츠 인 비트윈)은 ‘넬이 넬했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이 됐다. 더블 타이틀곡 '위로(危路)'와 '유희'를 비롯해 'Crash'(크래시), '파랑 주의보', 'Don't say you love me'(돈트 세이 유 러브 미), 'Don't hurry up'(돈트 허리 업), 'Duet'(듀엣), '말해줘요', '정야', 'Sober'(소버)까지 총 10곡을 실었다. 

넬은 이번 타이틀 중 하나인 ‘위로(危路)’가 ‘기억을 걷는 시간’, ‘Stay’를 뛰어넘을 대표곡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

”드럼부터 해서 기타, 보컬, 금관악기 같은 소리도 그렇고, 항상 그려왔던 밸런스까지 머릿속으로만 구상했던 것들을 거의 구현해냈어요. 100%는 아니지만 꽤 근접한 95% 이상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은데 뮤지션에게는 그게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그런 결과거든요. 그래서 이 곡이 (이전 대표곡들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로 데뷔 22주년을 맞이한 넬의 음악적 색깔은 더욱 짙어졌다. 이전 앨범 ‘COLORS IN BLACK’(컬러즈 인 블랙)에서는 ‘어두움’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했고, 이번 앨범에서는 관계의 시작과 끝에 담긴 슬픔을 노래한다. 

”관계의 시작과 끝에 대한 과정을 담았어요. 곡 순서대로 감정이 나열돼있고요. 작업하면서 느끼는 불면증 같은 게 (관계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들과 많이 닮아있다고 느낀 것 같아요. 서로 좋지 않은 타이밍에 시작한 관계에 대한 거라서 뒤로 갈수록 어두운 느낌이 강해요. 최적의 타이밍에 만났다면 좀 더 밝은 느낌이었을 거예요.“ (김종완)

어두운 노래와 다르게 멤버들의 일상은 밝았다. 김종완은 평상시 음악 작업 외에 하는 일을 묻는 질문에 ”전 ‘부캐’가 없는 것 같다. 요리도 요새 거의 안 하고.. 음악만 열심히 하고 있다“며 심심한 답변을 내놨지만, 이재경은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멤버들과 있을 때 사진을 수십 장 찍는다. 활동 중에도, 일상에도 강박적으로 찍는다. 나중에 사진집을 낼 생각도 있다“, 이정훈은 ”저희가 회사를 만든 지 5년 됐다. 시작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제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제 ‘부캐’는 대표인 것 같다“, 정재원은 ”저는 쇼호스트를 맡고 있다. V라이브 같은 플랫폼으로 팬들과 소통할 때 MD 사용법 등을 소개하는 담당이다“라고 각자의 바쁜 일상을 소개했다. 

넬의 정규 9집 'Moments in between'(모멘츠 인 비트윈)은 오늘(2일) 오후 6시 음원 공개를 앞두고 있다. 끝으로 김종완은 앨범을 기다린 팬들에게 인사했다.

”요즘은 싱글 시장이고, 모든 게 빨리 변하는 시대잖아요. 그런 와중에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온전히 음악을 듣는 것에 투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빡빡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저희 앨범을 들으며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걸 듣는 동안은 현실을 잊고, 내가 주인공인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그런 여유를 드릴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고요. 힘든 시기인데 모든 분들이 잘 극복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더 밝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유진 기자 jjin@ihq.co.kr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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