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하얀 눈발이 가득 흩날리는 장면과 함께 이문세의 '옛사랑' 첫 소절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 하나둘 작은 탄성이 터졌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청춘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개막 3일 차에 접어든 '광화문연가'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16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모두 숨죽이며 몰입했고, 추억에 흠뻑 젖어 함께 울고 웃었다. 노래 가사와 스토리의 절묘한 조화를 감상한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박수로 감동적인 무대에 화답했다.


'광화문연가'는 1980년대 민주화 항쟁을 겪었던 중년의 '명우'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들을 회상하는 내용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소녀',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의 심금을 울리며 감동을 선사했다.

캐스팅 또한 최고였다. 옛사랑의 기억을 노래하는 작곡가 '명우'역을 새롭게 맡게 된 보컬리스트 윤도현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아련함을 더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또, 초연 당시 '명우'역을 맡았던 김성규는 '월화'역으로 완벽 변신에 성공했다. 성규는 특유의 발랄함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과 배우 사이의 경계를 쉽게 허물었고, 동시에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듯한 가창력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이밖에 명우의 첫사랑 '수아'역을 연기한 전혜선, 홍서영 등 모든 배우가 섬세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은 조연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중간 중간 나오는 고난도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칼군무를 보여주며 극적 아름다움을 부각했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창작진 들의 무수한 노력이 존재한다. 고선웅 작가는 노래에 맞게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었고, 이지나 연출은 이영훈에 대한 헌사를 담아 애틋함을 고스란히 작품에 녹여냈다. 또, 서병구 안무감독은 섬세하고 강렬한 안무를 통해 다채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커튼콜은 '광화문연가' 넘버 속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붉은 노을'로 장식했다. 2018년 재연 당시에는 '싱어롱 커튼콜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노래를 따라부를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함께 무대를 즐겼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 듯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광화문연가'는 오는 9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예원 기자 yewon2000kba@ihq.co.kr [사진제공= 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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