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예리가 영화 ‘미나리’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소감을 밝혔다.

23일 오후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주인공 한예리가 화상 인터뷰에 나섰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한예리는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김),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함께 척박한 낯선 땅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는 엄마 모니카를 완벽하게 연기해 내며 성공적인 할리우드 진출을 알렸다.

친정 엄마로 등장하는 윤여정이 북미에서 여우주연상만 26관왕을 수상하는 등 전대미문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뒤이어 한예리 또한 2021 골드리스트(Gold List)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잇따르는 수상 소식에 한예리는 “너무 기분이 좋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하를 받을 때마다 얼떨떨하다. 기사로 접하고 소식을 접할 뿐이지, 제가 상장이나 트로피를 받거나 축하를 받는 게 아니라 실감은 안 나지만 이 상황이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36회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된 '미나리'는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이래  세계 유수 영화상 및 비평가협회상에서 무려 157개 노미네이트, 74관왕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이에 한예리는 “저는 100%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옆 동네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할리우드 성공적 진출’이라는 표현에 대해 한예리는 “아직도 쑥스럽다.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욕심이나 그런 마음이 없었다. 이 영화를 발판 삼아서 그런 목표가 있고 확실한 계획이 있었다면 그렇다고 이야기 할 텐데, 그런 게 1%도 없어서 그냥 선생님과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한 거라, 할리우드 진

출한다고 말하기가 쑥스럽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한예리는 “거기 가서 직접 그들과 소통하고 있는 건 아니어서 그런 지 크게 느낌은 없다. 실감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예리는 '미나리'의 메인 OST인 'Rain Song'을 직접 불러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1차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한예리는 “동양권의 가수가 오른 게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일이지 하고 너무 놀랐다”며, “감독님이 모니카가 노래를 하나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자장가처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부르게 됐다. 그 어떠한 욕심도 없었다. 영화에 필요하다니까 한 건데 잘 돼서 너무 좋기도 하고 이게 무슨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또, 해당 영화제의 주제가상 본선 티켓을 두고 영화 '뮬란' OST를 부른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세계적인 팝스타와 경쟁하게 된 것에 대해 한예리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경쟁 구도라는 기사를 봤는데, 대단히 송구스럽고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큰 일이 나면, 직접 노래를 부르러 가겠다”고 언급했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의 매력에 대해 한예리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민자들의 땅이고, 그 사람들이 미나리처럼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그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에 더 단단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땅이다. 그러기에 더 공감이 가는 작품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 뿐 아니라 보편적인 가정과 유년 시절 등 개개인의 이야기가 담겨 추억을 꺼내보는 것처럼 마음에 스며들듯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예리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거나 나쁘게 보이는 게 없다. 각자의 의견과 선택이 다른 것뿐이다. 어떤 감정들을 강요하거나 화두를 던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변화하고 물들어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끔 만들어서 이 영화가 사랑을 받는 것 같다”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근본적인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고 ‘미나리’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또 한예리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기억들을 꺼내볼 수 있는 지점이 있는 영화여서 좋았다”며, “모니카 같은 경우는 나쁘게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해 주고, 공감 해줘서 감사했다. 너무 고단하고 힘들지만 순간순간 아름다운 순간들 그런 지점들이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고 척박한 땅에서 아이들의 양육을 책임지는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통을 겪어야 했던 모니카를 연기하는 건 한예리에게도 쉽지 않았다.

한예리는 “제이콥도 모니카가 너무 어린 나이에 자신들의 꿈과 자아를 찾기 전에 가정을 일구면서 어린 나이에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의 어머님들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나라면 도망갔을 것이다.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틀림없이 잘 자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이 있기도 하겠지만 좀 더 그들을 이해를 하고 소통해야 되는 부분이 틀림없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언급했다.

모니카를 연기하며 한예리는 친정 엄마인 ‘순자’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했기에 ‘순자’가 미국으로 오는 힘든 여정에서도 한 가득 싸온 음식들을 보며 웃고 울고 연기 할 수 있었다.

한예리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은 엄마한테 고춧가루, 멸치가루를 받고 할 때 제가 웃고 울고 한 장면”이라며, “그 당시만 해도 (이민이라는 게)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못 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고 하더라, 그런 딸을 만나기 위해서 바리바리 다 챙겨 오신 거다.  이고 지고 오신 마음을 잘 아니까 너무 감사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딸이 바퀴달린 집에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걸 보는 엄마도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멸치가루는 기쁜 데 슬프기도 한 그 장면을 찍으면서 ‘어! 이게 뭐지 했던 것 같다’”고 복받쳤던 당시의 감정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한예리는 윤여정과 함께 연기 한 시간들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 한예리는 “윤여정 선생님은 너무 멋있었다. 그 나이에 타지에서 이 모든 일들을 해내는 선생님의 모습이 멋있었다. 유머 감각도 너무 멋있어 배우고 싶지만, 그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것 같았다. 힘든 순간 속에서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하는데, ‘와우!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있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누구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계시는구나, 선생님의 개성이라든지 선생님만의 고유한 향기가 있기 때문에 필드의 좋은 감독님들과 작업을 하시는구나, 나도 나의 고유한 것들을 잃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영화 ‘미나리’로 배우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을 맞이한 한예리는 “연기적으로 변화를 느꼈다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제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타인에게 많은 애정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용기와 애정을 받으면서 되게 좋구나, 이런 에너지들이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이나 저에게 많은 기운을 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계속 고민하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미나리’를 만나 생긴 ‘인간 한예리’의 변화에 대해서도 전했다. 

오는 4월에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식이 기대되는 영화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안지선 기자 ajs405@hanmail.net [사진제공=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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