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수채화 같은 정통 멜로드라마를 끝낸 배우 임수향이 연기자로서도 개인적으로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종영 소감을 밝혔다.

MBC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를 끝낸 임수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가진 색과 정서, 멜로적인 부분을 같이 공감해주시고 느껴 주셔서 감사하다. 스스로도 연기자로서 배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꼭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었던 캐릭터여서 감사한 작품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임수향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내가예’를 통해 데뷔 이래 첫 정통 멜로에 도전하며,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임수향이 연기한 오예지는 첫사랑의 아련함과 가슴을 저미는 성숙한 사랑까지 다 표현해야 하는 고난이도 캐릭터였다.

▶ 역대급 캐릭터 ‘오예지’ 인생에 “대본 보다 더 울어” 

  

역대급 캐릭터를 만난 임수향은 데뷔 초 연기를 가르쳐 준 지도자를 다시 찾아가 함께 논의하면서 ‘예지’를 완성해 갔다. 대사를 직접 녹음해가면서 연기를 수정 했고, 자신만의 연기 습관조차 ‘예지’를 만나 버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임수향은 “저도 이 정도로 감정 소모가 심한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이런 드라마도 잘 없다. 이런 캐릭터도 없다. 그런데, 억지로 감정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은 안 해봤다. 예지의 인생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고, 억지로 눈물을 내야지 했던 적이 없다. 오히려, 16부에는 눈물을 많이 참으려고 노력했다. 배우들이 대본에 적힌 것보다 더 많이 울었고, 감독님도 계속 울면서 찍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예지’를 만나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 속에서도 임수향은 더 나아갔고, 그 결과 ‘정말 예지 같다’는 대중의 평가를 받았다. 임수향은 “이 드라마를 시작할 때 욕심을 냈던 부분이 바로 임수향이 저런 식의 멜로 연기를 할 수 있고,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구나였다”며, “석희가 강렬했기 때문에, ‘예지’로 느껴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예지같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수향, 최선의 결말 “새드엔딩이라고 생각 안 해”

무엇보다 극중 예지가 서진, 서환 형제를 떠나 새 삶을 찾아가는 엔딩은 먹먹함을 안겼다.

임수향은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지만 생각해보면 엄마도 너희 둘이 몰래 도망가서 살아 했는데, 그럴 수 없었을 거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처음부터 깔고 갔기 때문에 둘이 도망가서 산들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애틋한 사랑을 한 거다.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사실 극 초반부터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다는 임수향은 “저는 나이 들어서 중년이 된 예지와 환이가 추억의 장소에서 우연히 재회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으로 끝났으면 했다. 열린 결말로, 그래서 지금 이 결말도 저는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키스신 없는 멜로 드라마는 처음? “지수와 그냥 키스 해버릴까..”

다만, 남녀 배우의 키스신 없었던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한가득 드러냈다. 임수향은 “멜로 드라마에서 남녀 배우가 키스신을 안 한 게 처음”이라며, “사실은 첫 대본에는 키스부터 하고 시작했다. 첫 회 장면이 키스신이었다. ‘미쳤니? 내가 만만해?’ 하고 과거신으로 돌아가는 거였다. 그런데 결국에는 스킨십이 없고 만지지 못해도 아름답게 끝나는 걸로 바뀌었다”고 ‘노키스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현장에서 지수와 우스갯소리로 ‘우리 그냥 (키스신) 해버릴까’ 할 정도로 극 중 환과 예지의 사랑은 절절했다. 임수향은 “연기를 하다보면 진짜로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한 번은 지수가 (키스) 할 것처럼 하고 옆으로 스쳤다. 너무 안 주니까,  저희가 약간 노렸던 것도 있었다”고 현장에서의 일화를 털어놨다.

이어 임수향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환이랑은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고 하니까 텐션이 살긴 했다. ‘참는 텐션’이 있어서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저는 이 드라마가 참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섹시한 텐션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임수향은 이 드라마의 성공의 공로를 두 남자 주인공인 하석진과 지수에게 돌렸다. 두 사람과의 연기 호흡 또한 최강이었다는 것. 임수향은 “석진 오빠 같은 경우엔 선배고 오빠고 현장에서도 노련하게 잘 하시니까 많이 의지를 했다. 오빠가 휠체어 타고 나타났을 때부터 힘들어보여서 걱정을 하긴 했는데 오빠도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고 있구나 생각을 해서 저도 푸시를 받았다”고 하석진과의 연기 호흡을 전했다.

이어 임수향은 “지수 같은 경우엔 그 친구가 가진 매력이 어마어마해서 잘 나왔으면 했다. 섹시한 매력과 아이 같은 매력이 있다. 선과 악이 다 있다. 이 친구가 가진 매력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다. 멜로 드라마에서는 무조건 남자 배우가 잘 나와야 성공을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환이 덕을 많이 봤다. ‘환이앓이’ 하시는 분이 많다. 동생이고 편안하게 연기를 했고, ‘누나 연기 너무 잘 해요. 누나 예뻐요’ 라는 말도 많이 해주었다”고 지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 졌음을 내비쳤다. 

또 임수향은 “우리 드라마가 잘 되려면 환이파 진이파가 생겨야 된다고 정확하게 얘기했다. 두 남자가 매력이 있고 상반 되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환이파 진이파가 생겼다. 그게 과열되어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세대적으로 2030은 환이랑 사랑을 응원했고, 어른 세대는 진이 오빠, 남편이랑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 저는 그런 부분도 좋았다”고 전했다.

이쯤에선 실제 임수향의 선택에도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에 임수향은 “어렸을 때의 저라면 진이였을 것 같다. 매력적인 캐릭터고, 여자는 약간의 나쁜 남자에 끌리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저라면 안정감 있고,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날 것 같다”고 결국은 ‘환’의 손을 들어주었다.

 

▶ ‘내가 가장 예쁠 때는 ‘지금’.. 현재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내가예’

‘내가예’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가족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예지를 연기한 임수향에게도 깊은 반향을 안겼다.

연기를 모두 마친 뒤 임수향은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연예계 생활 하면서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그래도 큰 흔들림 없이, 옛날이랑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생각한다. 저를 주위에 감싸고 있는 든든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 친구들이 항상 제 옆에 있고,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많이 하고 그들에 대한 감사함이 생겼다. 이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내가 정말 의지를 많이 하고 있고, 제가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준다고 이번에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임수향의 사람 중엔 연예계 동료이자 선배인 배우 신세경이 있다. 서로 매 작품 할 때 마다 통화를 많이 한다는 임수향은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다 세경이는 저보다 선배라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 친구 성품 자체가 좋아서 얘기를 잘 들어주고 솔루션을 잘 해준다.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친구다”라고 깊은 신뢰와 믿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임수향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지금이라는 걸 알게됐다고 이야기 했다. 임수향은 “나의 현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해준 작품이다. 지금까지 나는 과거에 살고 있지 않았나,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기대감으로 내 현재를 무시했다. 나는 지금이 제일 예쁜데.. 그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 데뷔작 ‘신기생뎐’의 임성한 작가는 ‘은인’..차기작은 미정

임수향은 앞으로도 더 나아갈 생각이다. 아직 차기작은 미정이지만, 최대한 빨리 작품을 하고 싶다는 열정을 내비쳤다.

최근 임수향의 데뷔작인 ‘신기생뎐’을 쓴 임성한 작가가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컴백 소식을 전한 가운데, 임수향에게도 다시금 러브콜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쏠렸다. 이에 임수향은 “임 작가님이 ‘신기생뎐’ 끝나고 연락을 주셔서 같이 하자고 하셨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땐 시기가 안 맞아서 못 했다”며, “이번엔 솔직히 제안이 안 왔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어 임수향은 임성한 작가에 대해 “저를 처음으로 믿고 써주신 분이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신기생뎐’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내가예’를 통해 정통 멜로의 진수를 보여준 임수향은 차기작에선 좀 더 가볍고 웃긴 코미디극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웃기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임수향은 “코미디 장르의 연기가 하이 클래스라고 생각한다. 남을 웃기는 거 자체가 진짜 어려운 거기 때문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안지선 기자 ajs405@hanmail.net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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