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대 기대작 영화 ‘반도’가 베일을 벗었다. ‘부산행’을 뛰어넘는 인간애와 보편성, 희망을 이야기하며, 한층 진화된 K좀비 시대를 예고했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레드피터)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이 참석했다.

영화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로, 2016년 ‘부산행’으로 K좀비 시대를 연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만들 때는 K좀비라는 말을 예상하지도 못했다. K좀비라는 말이 생겼다는 게 신기하다. 좀비물의 특성이 공간과 연관이 많다. ‘부산행’이 고립된 KTX가 배경이 됐다면, 이번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황폐해진 한국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낯선 배경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에게 익숙하고, 또 한국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들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연 감독은 ““부산행’과 다른 엔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좀 더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희망을 볼 수밖에 없는, 희망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여기에 있는 캐릭터들은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탈출한 이후에도 녹록치 않은 세상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이날 베일을 벗은 영화 ‘반도’에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전대미문의 재난을 만나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모습이 여실히 담겨 눈길을 끌었다. ‘반도’를 탈출했지만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아가다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반도’ 탈출만을 꿈꾸며 그 안에서 들개처럼 생존해 가는 사람들, 각자의 생존 앞에서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로 변해버린 좀비보다 못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담겼다.

연상호 감독은 "이 이야기는 시시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한다. ‘정석’도 어마어마한 인물이 아닌 보통 사람, 보통의 욕망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부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배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통 사람들의 욕망이기 때문에 그런 배경에서의 주인공들이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반도’로 다시 돌아온 ‘정석’을 연기한 강동원은 “제가 생각한 ‘정석’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인물이다. 약간 차가운 인물인데 재난 상황을 맞이하면서 인간에 대한 실망감, 그러면서 좀 염세적인 측면도 생겼을 것이고, 희망을 잃고 살아가다가 다시 폐허가 된 도시로 돌아와 '민정'(이정현)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사실 제 캐릭터는 잘 훈련된 군인이긴 하지만 히어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민정’ 가족이 진정한 히어로라고 생각을 했고, '민정' 가족을 만나 다시 희망을 찾아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모성애’ 라는 인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민정’ 역의 이정현은 “시나리오만 봐도 어떤 캐릭터라는 게 보였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정확하게 짚어주신 게 도움이 됐다. 둘 다(이레 이예원) 제 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권해효 역시 "이 영화는 희망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며 “기성 세대로서 젊은 세대에게 미안함 그런 것들도 가지고 있다”고 ‘반도’가 가진 영화의 의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화려한 액션신과 폐허가 된 반도의 실상을 보여주는 카체이싱 장면은 대형 스크린을 압도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한다. ‘부산행’의 마동석에 견주어 질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이레는 "미성년자라서 직접 운전을 연습할 수 없었지만, 시뮬레이션이나 선배님들에게 도움을 받아 멋진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도윤도 "놀이공원 같은 영화다. 롤러코스터도 있고 귀신의 집도 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관람해주면 좋을 것 같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추천드린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부산행’에 이어 ‘반도’로 일명 ‘연니버스’의 세계관을 확장한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초등학생들이 좋아했다. 아이들이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저희 장인 어른이나 부모님들도 ‘부산행’ 속편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반도'라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신경 썼던 게 그런 것 같았다. 보편적 메시지,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전 연령대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는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이 같이 와서 다같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추억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도'는 ‘부산행’의 훌륭한 시퀄이라는 호평과 함께 올해 칸 영화제 오피셜 셀렉션(Official Selection)에 선정됐으며, 국내 개봉에 앞서 185개국에 선판매됐다.

 K좀비물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 ‘반도’가 코로나 19 여파로 침체에 빠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영화 ‘반도’는 오는 15일 국내 개봉한다.

안지선 기자 ajs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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