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오늘 일만큼은 잊혀지지 않을 걸?”

독특한 발상으로 기존 독립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장르적 실험에 나선 영화 ‘팡파레’가 개봉한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팡파레’(감독 이돈구)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임화영과 박종환, 남연우, 박세준, 이승원 등이 참석했다.

영화의 ‘팡파레’는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린 다섯 빌런이 오직 살기 위해 벌이는 악몽보다도 더 끔찍하고 잔인한 하룻밤을 그린 본격 생지옥 스릴러다. 데뷔작 ‘가시꽃’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박찬욱과 김기덕을 잇는 잔혹 미학이라는 호평을 받은 이돈구 감독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 제목에 대해 이돈구 감독은 “우선 ‘팡파레’는 축제와 전쟁을 알리는 앞장이기 때문에 ‘제이’의 감정에서 이 공간이 제이에게 축제와 전쟁터일 수 있겠다고 해서 그렇게 정했다”며 “어느 자리든 선입견을 가지고 갑과 을이 형성이 된다. 그런 것들이 전복되고 뒤집어질 때 쾌감이 있는 순간이 있어서 내러티브 안에서 도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연출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극중 미친 케미를 자랑하는 다섯 빌런으로, 개성 강한 배우들이 대거 총출동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김과장’, ‘시그널’을 통해 장르불문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임화영은 ‘팡파레’에서 미스터리 악녀 ‘제이’로 변신해 제 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2019) 코리안 판타스틱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임화영은 "생각지도 못한 감사한 상이다. 연기하면서 처음 받아본 상인데 너무 큰 상을 주셔서 지금도 얼떨떨하고 감사하다"며 "여기 계신 분들 대표해서 '팡파레' 팀에게 다 주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다시금 소감을 밝혔다.

역대급 파격 연기 변신에 나선 임화영은 “’제이’가 많은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왜 너희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라고 물음표를 던지면서 연기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영화 ‘원라인’ ‘검사외전’부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타인은 지옥이다’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박종환은 소심한 악당 ‘희태’ 역을 맡아 예기치 못한 살인을 저지른 뒤 휘몰아치는 감정 변화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희태’의 감정 변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살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공포, 그 자체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살 것으로 기대된다.   

이돈구 감독과는 동네 사람의 인연으로 이 영화 출연까지 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떤 박종환은 “’희태’는 낯설게 생각하는 것 같고, 매 상황마다 본인 스스로도 몰랐던 감정들이 있다”며 “’희태’는 ‘강태’와만 알고 있는 가족사가 있는데 그 안에 울분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관객분들이 낯선 공간에서 ‘희태’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 공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날 이돈구 감독은 병맛 악당 ‘백구’ 역을 맡은 박세준에 대해 "한예종 졸업작품에서 외국인 노동자 역할을 했었는데 정말 외국인 노동자인가 할 정도로 그 정도로 연기를 잘 해서 부탁을 드렸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3명의 감독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팡파레’의 이돈구 감독과의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배우이자 감독인 남연우는 독한 악당 ‘강태’로 분했고, ‘소통과 거짓말’로 제23회 춘사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하고, 영화 ‘해피뻐스데이’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수상한 이승원 감독이 모태 악당 ‘쎈’으로 분해 남다른 비주얼과 그야 말로 ‘센’ 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최근 개봉작 ‘초미의 관심사’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남연우 감독은 이돈구 감독의 데뷔작 ‘가시꽃’으로 제1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 또한 인정 받은 배우다.

이 감독은 “남연우 배우는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춤도 추고 연기 했던 사이여서 연출도 잘 하지만 배우로서의 능력도 알기에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남연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점은 정말 똑똑하다 였다”며 “영화를 찍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한 공간에서 이렇게 서스펜스를 녹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 그 동안 갖고 있던 고민을 이렇게 다르게 해석 가능하게 녹여냈다는 것에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 감독에게 극찬을 보냈다.


 

이돈구 감독은 “이승원은 본인의 영화 ‘해피 뻐스데이’에 양아치로 출연하는데 정말 양아치스럽고 매소드 연기를 하신다는 생각에 꼭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이에 이승원은 “대본을 보내주셨는데 역할이 컸다. 이 감독의 장점은 무모함이구나 생각했다. 근데 첫 영화를 만들 때부터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적은 예산으로 일반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 안에 장르적인 부분을 녹여낸다. 이번에도 저예산으로 장르적인 부분을 녹여냈다”고 ‘팡파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배우들은 셔터가 닫힌 '바(bar)'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이를 수습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협박하며 때로는 공모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미련하게 영화를 만들겠다’고 늘 말하는 이돈구 감독은 “앞으로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고 기획하는 것도 있다”며 “영리한 기획을 해서 미련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격 생지옥 스릴러 탄생을 알린 '팡파레'는 오는 7월 9일 개봉한다.

안지선 기자 ajs405@hanmail.net [사진제공=DK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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