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우 이병헌/ 쇼박스 제공>

[K STAR 김묘성 기자]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로 언론 매체 인터뷰에 나섰다. 송사에 휘말리며 대중에게 충격을, 본인에게는 큰 타격을 입힌 그이지만 여러 사람이 공들여 만든 한 작품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것.

지난 4일 소격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라면, 담배, 소주 한 병'으로 쉼을 얻는 극중 역할 ‘안상구’를 설명하며 배우 이병헌의 쉼으로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영화 보는 시간”을 꼽았다. 이어 “영화나 극장이 내게 주는 의미는 '새로운 세계', ‘자유로운 시간’”이라며 어린 시절 사촌 형의 무등을 타고 극장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또 최근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해진 인터뷰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그 뜻을 물으니 “그 말을 '배우 역할만 잘하면 된다'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 이병헌, 배우 이병헌으로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을 말한 것이고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담담히 자신의 뜻을 전했다.

영화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 권력, 언론계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로 이병헌, 백윤식, 조승우가 열연했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

- ‘내부자들’, 사회성이 짙게 그려졌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사회성이 짙은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 사회 비리를 파헤치는 영화를 해야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늘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재미있나, 없나'였다. 이번 역시 그렇다.

- '안상구' 캐릭터 표현에 본인의 생각이 많이 반영됐다고 들었다.
'안상구'는 연예기획사 사장이라는 가시적인 모습 속 정치깡패라는 직업을 가졌다. 영화광이자 패션에 엄청난 신경을 쓰는 폼생폼사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안상구’가 커다란 벤에서 목 베개를 하고 내리는 장면이 있다. 내가 제안한 부분이다. 각진 세단 보다는 벤이라는 화려함이 어울릴 듯 했고 목 베개는 평소에 내가 차에서 하던 것을 직접 가져와서 활용했다.

- 데뷔이래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를 했다.
아주 구수한 사투리 보다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표준화된 느낌도 있길 원했다. 실제로 ‘안상구’ 캐릭터가 그러했다. 전라도 출신의 배우, 스태프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사투리 연기에 임했다. 한국에서의 촬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할리우드에서는 "말도 못하는 애가 할리우드 영화 찍으러 왔냐"라는 핀잔을 들을까 봐 섣불리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할리우드 영화 '황야의 7인' 때 에단 호크가 도움을 많이 줬던 생각이 난다. 당시 에단호크 차에서 함께 리허설도 하고 대사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상의도 했다.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다.

- ‘내부자들’ 속, 뜨거운 라면을 억척스럽게 먹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애드리브로 많은 부분이 채워진 장면이다.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도 너무 웃겨서 다섯 번 이상 NG를 냈다. 남들이 보기에는 처량하지만 '안상구'에게는 '라면, 담배, 소주 한 병'으로 쉼을 얻는 최고의 시간을 담은 것이다.

- 그렇다면 배우 이병헌에게 꿀맛 같은 시간은 언제인가?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영화 보는 시간이다. 내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영화나 극장이 내게 주는 의미는 '새로운 세계'이다. 4살 때 사촌 형의 무등을 타고 영화 '빠삐용'을 보러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당시 극장은 좌석제가 아니었다. 앉을 곳이 없어서 무등을 타고 벽에 기대어서 봤다. 그 이후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보러 자주 갔다. 그 공간 안에 있으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극장 벽의 시멘트 냄새, 오징어, 땅콩, 담배 냄새까지 추억이 생생하다.

- ‘내부자들’ 원작 웹툰을 보았나?
대게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을 볼지 말지 감독에게 물어본다. 이번에도 우민호 감독에게 웹툰을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우 감독은 “웹툰에서의 ’안상구’는 저돌적이고 단순하며 무시무시한 조폭의 느낌이 강조됐다”며 “보면 더욱 헷갈릴 수 있으니 안 봤으면 한다”하셨고 그에 따랐다.

- '내부자들' 디렉터스 컷에 대한 이야기 좀 해달라
디렉터스 컷은 무려 3시간 40분이다. 보는 이들마다 반응이 좋았다. 다만 너무 길다. 농담으로 1,2부로 나눠서라도 보여주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아쉬워한다. 디렉터스 컷에는 캐릭터가 다각도로 그려진다. 예를 들어 디렉터스 컷에는 안상구가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생활할 때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어떻게 신인들을 작품에 소위 꽂는지, 또 깍듯한 말투 속 강압적인 깡패 본연의 모습이 신랄하게 그려진다. 관객들이 볼 편집본은 당초 여러 가지 안이 있었던 걸로 안다. 캐릭터를 하나하나 극대화 시키면서 전개 하는 것, 또 당초 시나리오 대로 시간을 뒤죽박죽 섞어 퍼즐을 맞추듯 전개하는 것, 그리고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하는 방법이 거론됐는데 결국 마지막 것이 선택됐다. 영화를 보고 만족스러웠다.

- 벌써 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속편이 추진된다면 출연 계획은?
좋다. 다만 조건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도 재미있어야한다는 것.

- 얼마 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들었다. 어떤 의미인가?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일각에서는 '배우 역할만 잘하면 된다'라고 받아들이더라.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 사람 이병헌, 배우 이병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

K STAR 김묘성 기자, roottb9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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