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온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증을 잘했다""PTSD를 느낀다""충격적이다" 등의 감상평이 올라오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디피)가 지난 달 27일 공개된 뒤, 현실적인 스토리와 연출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며 연일 화제다.

 

◆ 외면하고 싶은 날것의 악행

 

‘D.P.’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는 탈영병들의 이야기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Deserter Pursuit)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군의 부조리를 끄집어낸다.

 

‘D.P.’에선 진짜 군대, 날 것의 군대를 묘사한다. 군대에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훈훈한 여타 드라마들과는 다른 ‘하이퍼 리얼리즘(극단적 사실주의)’이다. 극 중 상관들은 폭행·폭언을 일삼는가 하면, 멋대로 관물대를 뒤져 후임의 편지를 뒤져보고 가난한 가정사를 비웃으며 개인의 인격을 말살한다.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우고 물을 붓는 가혹 행위도 일어난다. 심심하다고 성추행까지 저지른다. 이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군대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사실적으로 묘사된 폭력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여성들은 충격과 경악을, 일부 군필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오래된 장비도 눈길을 끄며 ‘웃픈’장면을 연출한다. 미필자들은 소문으로만 들을 수 있었던 1953(년)이 적힌, 6·25 전쟁 때부터 썼던 수통도 등장했다. 

 

◆ K군대, 국내도 휩쓸고 해외로도 뻗었다 

 

지난 달 27일 공개 후 5일째인 31일, ‘D.P.’는 대한민국에서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1위에 차지했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개봉 사흘 뒤인 지난 달 29일 ‘DP’검색량은 넷플릭스 개봉 전날인 26일과 비교했을 때 약 25배 증가했다. ‘D.P.’는 같은 기준으로 약 20배 증가했다. 

 

앞서 김보통 작가의 원작 웹툰 ‘D.P개의 날’은 도망친 이들을 쫓는 또 다른 군인의 시선을 통해 군대와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날카롭게 직시하며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190여 개국에 선보여지는 ‘D.P.’는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대중과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를 합친 IMDb 점수는 8.8점(10점 만점). 영국 리뷰 사이트 ‘레디 스테디 컷’은 “어둡고, 심각하며,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한국 드라마 중 최고다”며, 4.5점(5점 만점)을 줬다. 영국 매체 ‘NME’는 “야만적인 구타, 성폭행, 비인간적인 굴욕 같은 괴롭힘에 대한 소설적 묘사는 슬프게도 과장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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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가 흥행하자 관련주인 제이콘텐트리와 키다리스튜디오도 일시적으로 급등했다. 지난 달 30일 제이콘텐트리는 한때 14%대, 키다리스튜디오는 10%대 상승하기도 했다.

 

 


 

 

◆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누구도 모르는 현실

 

현실적인 군 부조리 묘사 뒤에는 실제 D.P.출신인 원작자 김보통 작가, 스탭, 배우들의 도움과 한준희 감독의 노력이 더해져, 리얼리티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제작진의 고민과 노력으로 완성된 실제 부대 같은 세트가 배우들에게 재입대한 기분이 들게 해 연기하는 내내 더욱 몰입했다고 ‘D.P.’측은 설명했다. 주연배우 정해인은 군인 역에 몰입해 연기 중 ‘이병 안준호’라고 해야 하는데, ‘이병 정해인’으로 말해 NG가 나기도 했다.

 

탈영병을 잡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D.P.에 완벽히 녹아들기 위해 종일 달리고 구르는 것도 마다치 않은 배우들의 열연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존재의 일상을 담담하게 관찰하며 공감을 끌어낸 김보통 작가와 전형성을 탈피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출가인 한준희 감독의 만남으로 완성됐다. 리얼리티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가서 문제를 제기한다. 공감하고, 즐기고, 욕하는 등의 감정 소모용으로 작품을 소비하기보다는 외면하고 덮어 숨기고 싶은 문제에 관심 갖고 공감하기를 요구한다.

 

웹툰과 드라마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같다. 김보통 작가는 “실제 탈영병의 상당수는 개인의 문제보다 내부 부조리, 상관의 무관심, 가정 문제 등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려 있다”면서, “폭력의 가장 무서운 점은 과거의 피해자가 현재의 가해자가 되고 미래엔 방관자로 바뀌어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순환해 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준희 감독은 “모두 다른 군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나 안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모를 수 있다. 내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다”며, 이제는 함께 들여다봐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임을 피력했다.

 

조효정 기자 queen@ihq.co.kr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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