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코리아가 공개한 '바람의 옷을 입은, 정호연' 화보 / 사진=보그코리아 홈페이지
보그코리아가 공개한 '바람의 옷을 입은, 정호연' 화보 / 사진=보그코리아 홈페이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 문장이 유독 와닿는 세상이다. K팝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 바람이 글로벌 흥행 콘텐츠에 힘입어 이제는 패션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복 입은 모델들이 해외 런웨이를 장식하고, 글로벌 패션 전문지는 한복을 메인으로 한 화보를 선보였다. 우리나라 전통 의복인 한복에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43년을 한복 제작에 몸 담아온 박술녀 원장은 "한복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단연 K-콘텐츠의 힘 덕분"이라며, "이미 잘 알려져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전통 의상과 확연히 구별되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눈길을 끈 것 같다. 이러한 애정과 관심은 돈 주고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으로 더욱 귀한 기회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 보그, '한국의 美' 극대화한 정호연 화보로 '청와대 논란' 불식

최근 패션 전문지 보그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취지의 화보로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 8월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화보로 여론의 빈축을 산 한편, 이후 공개한 한복 화보로는 앞선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켰다. 보그가 글로벌 1위 패션지 다운 위엄을 드러냈다는 여론의 호평도 이어졌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보그코리아 화보 / 사진=보그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보그코리아 화보 / 사진=보그

두 화보의 차이는 한국적 색채였다. 논란이 된 청와대 화보는 한복과 양복의 컬래버로, 해외 디자이너 드레스에 두루마기 하나를 무심히 걸친 형태였다. 결과적으로 한복보다 화려한 명품 드레스에 더 눈길이 가면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린다'는 화보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여기저기서 비난이 이어지자, 보그는 해당 화보를 비공개 처리했다. 

한달 뒤 보그는 글로벌 스타로 떠오르는 모델 겸 배우 정호연을 주인공으로 바람, 들판, 바다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화보를 공개, 한복을 입은 정호연의 모습을 한국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보그코리아가 공개한 '바람의 옷을 입은, 정호연' 화보 / 사진=보그코리아 홈페이지
보그코리아가 공개한 '바람의 옷을 입은, 정호연' 화보 / 사진=보그코리아 홈페이지
보그코리아가 공개한 '바람의 옷을 입은, 정호연' 화보 / 사진=보그코리아 홈페이지
보그코리아가 공개한 '바람의 옷을 입은, 정호연' 화보 / 사진=보그코리아 홈페이지

화보 속 정호연은 한복적 요소가 그대로 담긴 저고리와 치마 차림에 갓을 쓰거나, 가지런히 땋은 머리, 비녀를 꽂은 머리 등 전통을 살린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청와대 화보 논란 당시 "서양 드레스에 우리나라 꽃신 하나만 신으면 그게 한복인가"라고 일갈했던 박술녀 원장은 이번 정호연의 화보에 대해 "누가 봐도 한복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미감에 따라 요소들을 적절히 변화시켰다"며, "화보의 배경이 된 장소와 소품도 한복과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 월드 스포츠 스타 김연아 내세워 英 런던에서 '한복의 미' 전파 

글로벌 스타와 한복의 컬래버는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지난 27일 세계적 스포츠 스타 김연아는 한복을 입고 런던 패션쇼 무대에 섰다. 김연아는 한복 디자인 개발과 화보 촬영에 참여했으며, '금의재' '기로에' 등 한복 기업 10곳이 한복 60벌을 디자인해 선보였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선보인 이번 한복 패션쇼는 '한복 분야 한류 연계 협업콘텐츠 기획·개발' 사업 일환으로 마련돼 패션 분야 해외 주요 언론 매체와 패션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패션쇼 영상은 세계 최대 장식 예술 박물관인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한류! 더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홈페이지를 비롯해 패션 전문지 마리 클레르 홈페이지, 뉴욕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전광판에 게재될 예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복의 매력이 전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국내를 찾은 외국인들에게도 한복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대구박물관과 함께 '한복-꽃이 핀 비단 옷이라네' 특별전시를 오늘(30일)부터 인천공항박물관(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122번 탑승구)에서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대구박물관 소장품인 한복을 중심으로 기획됐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복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다채로운 색감의 저고리와 치마, 모자와 장신구를 함께 전시해 한복의 우수성과 의복으로서 한복의 기본구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는 오는 2023년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 한복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밀라노 패션위크 진출…K-패션 위상 떨친 '리슬'

최근 한복은 패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땅을 밞았다. BTS, 태민, 마마무 등 K팝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로 주목 받은 모던 한복 브랜드 '리슬'은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한복브랜드로서는 최초로 런웨이를 장식해 화제가 됐다.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가한 '리슬' / 사진=리슬 홈페이지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가한 '리슬' / 사진=리슬 홈페이지

밀라노 패션위크는 파리,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패션디자이너들의 꿈의 무대로, 밀라노에서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2023 SS(봄·여름) 패션위크가 열렸다.

리슬이 선 글로벌 패션컬렉티브(GFC)는 유명 디자이너가 장악하는 패션위크 무대에 신진 디자이너가 설 수 있도록 마련된 쇼케이스다. 리슬은 25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저고리 디자인을 차용한 뷔스티에와 치마, 보자기 탱크톱과 미니스커트 등 한국의 전통미가 담긴 독특한 디자인의 모던 한복 12점으로 패션쇼를 꾸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GFC는 홈페이지를 통해 “5000년 역사를 가진 전통 의상의 독특한 구조, 패턴 및 미묘함을 새로운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모던한복’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리슬을 소개했다.

□ 한복의 세계화될수록 '전통 한복'은 오히려 외면 '우려의 목소리' 
      박술녀 원장 "세계화도 좋지만, '전통' 알려야 의미 있어" 

이렇듯 점차 세계로 확장되는 한복에 대한 관심에 국내 패션 업계가 고조돼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글로벌 무대에 진출한 한복은 현대화된 형태로, 전통 한복의 모습과 의미는 알려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술녀 원장은 "정작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 한복은 국내에서도 외면받고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박술녀 원장 / 사진제공=박술녀 한복
박술녀 원장 / 사진제공=박술녀 한복

박 원장은 "전통 한복은 강렬하고 선명한 색감이 매력인데 요즘은 연한 파스텔 컬러만 찾는다"며, "전통색채에는 조상들의 철학과 동양의 사상이 담겨있고 조화에 따른 의미도 각각 달라 한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복은 우리 옷'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진지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반드시 옛것을 그대로 고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대화된 한복뿐 아니라 전통적인 형태와 색채에도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며, "전통 한복이 외면 받는 이유는 분명 있을 거다. 그것을 찾아 보완해나가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이스타뉴스 김유진 기자 jjin@ih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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