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관 10주년 맞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자료 15만여 건 중 기증 자료가 절반..기증 자료가 '박물관 원동력'
글로벌 진출 전략 '메타버스 박물관 건립' 시공간 초월·세계인이 즐기는 韓 발전사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케이스타뉴스 김유진 기자]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광화문 광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박물관이 있다. 아무개의 사진 한 장이 이야기가 되고, 낡은 일기 하나가 역사로 남는 곳, 국내 유일의 근현대사 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이야기다.  

3층만 올라가도 광화문 너머 경복궁, 북악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수려한 경관만으로도 방문 가치가 충분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역사의 가치를 남다른 안목으로 전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남희숙 관장을 케이스타뉴스가 만났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 자료를 망라해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승하기 위해 건립됐다. 2010년부터 근현대사의 주요 자료들을 수집해 2021년 1월 기준 소장자료는 15만1천여 점에 달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경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경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 “박물관 전체가 대한민국의 정신 보여주는 '국가브랜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어린이박물관’을 시작으로 박물관의 특별한 시선이 담긴 ‘기획전시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주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주제관’, 세대별 가치관과 문화적 특징을 전시한 ‘체험관’, 세계사의 격랑 속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 ‘역사관’, 한국 역사에 숨결과 이야기를 불어넣는 ‘기증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작지만 알찬 구성과 의미가 남다른 기획 전시로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체험관'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체험관'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관'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관'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이 탄생하고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겪었던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박물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박물관의 모든 유물에는 인고의 한국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흘린 피와 땀의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박물관 전체가 바로 대한민국의 정신을 보여주는 국가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응한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유물을 전시하고 그 안에 담긴 역사를 전달해 감동을 주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과거의 하찮아 보이는 자료를 엮어 방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현대인에게 전하는 공간이라며 타 박물관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그런 관점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올해 100회를 맞이한 어린이날 기념 특별전을 다른 박물관들과는 조금 색다른 시각에서 구성했다. 국내 어린이날의 역사와 방정환 선생님을 떠올리는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전 세계 어린이들의 시대상과 인권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지녔다.

“제가 부임 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너무 국내로만 눈을 돌리지 말자는 거였어요. 어린이날 100회 기념을 기획할 때도 처음에 직원들이 방정환 선생님, 시대별 한국 어린이의 모습 등에 대한 안건을 냈는데 전 그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사 속에 한국사가 드러나고, 그런 방식으로 호흡하는 박물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어린이날도 결국은 세계사 속에 있는 역사이고, 결국은 어린이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 사진=뉴스1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 사진=뉴스1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 사진=뉴스1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 사진=뉴스1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날 100회 기념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 사진=뉴스1

△ ‘개관 10주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기증관 이어 ‘기억과 유산 자료센터’ 건립 추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의 탄생과 발전을 이끌어온 국민들의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나누는 공간으로서 당대를 살았던 일반인들의 기증 자료들은 보물 같은 역할을 한다. 기증 자료는 전체 수집 자료의 50%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이렇게 모인 기증 자료는 상설 및 특별전의 전시자료, 다양한 주제의 연구와 출판, 그리고 박물관 교육 현장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증 자료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했다. 박물관 운영의 원동력이 되는 만큼 기증자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3층 상설기증관을 새롭게 마련하고, 기증 자료를 상시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미래를 위해 박물관이 소장한 자료와 앞으로 수집할 자료들을 더욱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수장시설을 건립 예정이다. 가칭 ‘기억과 유산 자료센터’라는 이름을 가진 수장고는 파주 헤이리에 2028년 준공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유형의 물건이 보관되는 기존 박물관들의 수장고와 달리, ‘기억과 유산 자료센터’에는 당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구술 자료 등 보다 생생한 무형의 역사 자료들도 함께 수록될 예정이다. 남 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처럼 스치듯 겪게 되는 역사를 마주하며 또 한번 그 중요성을 느끼고, 실제 인물들의 ‘기억’을 구술 자료로 남기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공화국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정치인들의 구술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구술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벌써 고령이라, 언제까지 또렷한 기억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만큼 최대한 남겨놔야 훗날 역사가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마찬가지로, 이 시대를 겪은 이들의 사연 등 여러 가지 기록용 구술을 남겨놔야 나중에 역사로 남는 것이죠. 기존에 유물을 넣어두는 수장고의 개념을 넘어 유형과 무형을 아우르는 기억창고와 같은 수장고를 만들어야 미래 연구가들이 그곳에서 기억을 돌려가며 듣고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생생한 구술 자료가 담긴 전시 콘텐츠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생생한 구술 자료가 담긴 전시 콘텐츠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 K-콘텐츠 열풍에 韓 역사에도 뜨거운 관심…남 관장 “박물관도 글로벌 진출 전략 세워야“

한국과 호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호주에 전시된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가 현지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최근 폐막한 가운데, 현지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오징어게임은 가라-나한이 납신다’라는 기사를 통해 해당 전시를 ”2022년 가장 아름다운 전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K-콘텐츠의 인기가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 상황 속 국내 박물관들도 해외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준비 중이다.

남 관장은 같은 맥락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층 역사관 한류코너에 위치한 ‘BTS 타임캡슐’을 언급하며 “저희 박물관 인기 코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BTS 타임캡슐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BTS 타임캡슐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BTS 타임캡슐’은 2020년 9월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BTS가 기증한 보라색 박스인데요, 19년 후인 2039년 청년의 날에 공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타임캡슐입니다. 박스 안에는 BTS 멤버들의 소중한 물건들이 담겨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안에 무엇이 담겨 있을지 정말 궁금한데요, 덕분에 BTS를 좋아하는 외국인 팬들이 저희 박물관을 찾아 자연스럽게 한국의 근현대사를 둘러보게 됩니다.” 

또 남 관장은 애플TV 시리즈 ‘파친코’가 주목받은 것을 예로 들며 “우리 역사가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주목받았던 시절이 있었나. 우리나라 사람한테는 당연한 이야기가 세계의 눈으로 보면 엄청난 이야기인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K-콘텐츠의 힘이고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제관'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제관'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이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세계인 누구나 알기 쉽고 즐길 수 있는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세계화, 그 첫 단추는 네이버 가상공간 플랫폼 제페토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박물관 건립에서 시작된다. 남 관장은 “네이버 제페토 사용자의 90%가 외국인이다. 그 중에서도 10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호기심이 왕성한 이 친구들이 가상 공간에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우리 박물관도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세계적인 박물관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박물관을 가상공간으로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게임하듯 퀘스트를 진행하는 콘텐츠를 진행하는 방식의 메타버스 박물관을 구상하고 있어요. 광화문 안에 이런 박물관이 있고, 그 박물관에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여준다는 걸 외국인 친구들이 알아주기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이 공간까지 연계되면 하나의 거대한 역사문화공간이 되는 것이죠.”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세계사 속의 한국사” 강조…특별한 관점으로 바라본 ‘코로나19’ 전시, 오는 8월 예정

우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세계사 속에 비춰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조명하는 남 관장의 특별한 관점은 팬데믹으로도 이어진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오는 8월 '코로나19 시대'와 관련된 전시 기획을 준비 중이다. 

“보통 근현대사 박물관에서 팬데믹 관련 전시를 한다고 하면 근대 이후 전염병이 어떻게 돌았고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텐데, 저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어요. 당시 미쳤던 영향이 현재는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아예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유럽의 흑사병부터 살펴보자고 했어요.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전염병이 어떻게 세계사를 바꿔놨는지 인류문명사 차원에서 바라보기로 했어요. 이 공간이 허락하는 한해서 세계 팬데믹 문명사를 보여주고 싶은 계획입니다.”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남희숙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지난해 취임한 남 관장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1년을 지낸 소감으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역사문화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며, “관장의 역할이 참으로 엄중학고 조심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청와대가 일반에 공개됐고, 8월경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도 완료됩니다. 청와대부터 경복궁을 거쳐 광화문까지, 더 나아가 서촌, 북촌, 종로까지의 공간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역사문화공간입니다. 이 가운데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세계인들이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저력과 매력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새로운 10년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 박물관 직원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힘을 모아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으로 이어진 대한민국 심장, 그 한 가운데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10년간 우리 국민들의 역사적 경험을 나누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K콘텐츠가 세계 주류 문화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또한 'K-역사'로 국경을 넘어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을지는 남희숙 관장의 보편적·객관적이면서도 특별한 시각에 달렸다.

케이스타뉴스 김유진 기자 jjin@ihq.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케이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